카테고리 없음

대구가톨릭 병원의 신생아 학대 사건이 개인의 일탈?

0821ring 2025. 4. 8. 20:36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가 신생아를 학대하는 정황과 문구를 담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간호사 SNS 캡처-한국일보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믿기 힘든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병원의 간호사들은 생후 일주일 된 신생아를 돌보면서 SNS에 “낙상 마렵다”(낙상시키고 싶다) 같은 글을 올리고, 진짜 성질 더럽네” 등 아기를 조롱하고 폭언하는 내용을 남겼다​. 부모들이 “설마 우리 아기한테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경악할 정도로, 신생아실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가장 연약한 생명들에게 가해진 이러한 행태는 국민적 공분을 샀고,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SNS에 올린 사진의 일부로, 아기를 안고 “성악설이 맞는 이유…” 등의 막말을 적은 모습이다. 해당 병원 간호사들은 여러 신생아 환아를 돌보는 중 부적절한 글귀와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드러나는 구조적 문제 반복된 윤리 결여와 은폐 시도

이번 사건이 일회적 실수가 아니라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 아기의 부모에 따르면, 이 간호사의 신생아 학대 의심 게시물은 작년 8월부터 지속됐다는 제보가 있었다​. 즉 몇 달 동안이나 여러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두고 SNS에 조롱과 학대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 내부에서는 그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가 포착되지 않았다. 신생아실에 CCTV 같은 기본적 감시 장치조차 없어, 부모가 제보를 받기 전까지 병원은 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영영 묻혔을 가능성도 있다. 종교적 가치를 표방하는 가톨릭 병원에서 기본적인 내부 감시와 윤리의식이 이렇게 부재했다는 사실에 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번 일은 단순히 한 사람의 gr잘못이 아니라 여러 명의 간호사가 가담한 집단적 일탈로 보인다. 실제 피해 부모 측은 해당 간호사 외에 최소 3명의 간호사가 더 학대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병원 역시 뒤늦게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가해 간호사가 모든 잘못을 인정했으며, 추가 학대 사례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문제가 결코 개인 한 명의 일탈로 국한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병원의 관리 부실과 조직 문화의 문제가 함께 얽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호사 개인의 일탈’이라며 책임을 축소하는 병원 측

정작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은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 책임을 축소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병원 관계자는 “신생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도, 해당 사건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간호사들까지 동일시될까 우려스럽다”며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치 문제의 원인을 병원 시스템이 아닌 일개 직원의 gr일탈로 몰아감으로써, 조직 전체의 책임을 피해 가려는 인상을 준 것이다.

그러나 피해 부모와 여론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피해 아기의 아버지는 “병원 교수나 신생아실 센터장까지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병원 측만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 문제는 가해 간호사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분노했다​. 아기를 병원에 믿고 맡긴 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린 책임은 간호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병원 측에도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 설립 이념을 내세우는 기관이라면, 구성원 한 명의 일탈이라 해도 그 배경에 깔린 조직 문화와 관리 소홀을 성찰하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했을 터이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사건 초기 공식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 발표도 미적대며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피해 부모는 사건 공개 후 “아직까지 병원 측에서 그 어떠한 조치도 없고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뒤늦게야 병원장은 보호자를 직접 만나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사후 대응 역시 여론에 밀려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가톨릭 이름의 권위 뒤에 숨은 무책임한 태도

이번 사태는 ‘가톨릭’이라는 이름이 부여하는 도덕적 권위와 신뢰 뒤에 병원 측이 안이하게 숨어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가톨릭 재단의 의료기관은 통상 인간 존엄성과 생명 존중의 윤리 의식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간호사 윤리 강령이나 병원 미션에서도 가장 약한 이를 보살피고 인간 생명을 수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간호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직업적 소명을 지닌 존재이며, 특히 가장 연약한 신생아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런 사명을 누구보다 실천해야 할 가톨릭 병원에서조차 잇따라 윤리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병원 측은 가톨릭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에 안주한 나머지, 내부 통제와 자정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도 조직의 권위에 기대어 사태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태도는 과거 일부 종교기관들이 부끄러운 사건을 내부적으로 무마하려다 더 큰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자세에서도 그런 무책임과 오만의 흔적이 보인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사실 신생아나 환자에 대한 학대 사건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19년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는 간호사가 갓난아기의 얼굴을 수건으로 때리고 아기를 거꾸로 들어 올렸다 내려치는 바람에, 생후 5일 된 신생아가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의식불명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해당 간호사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지만, CCTV 영상에 학대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있어 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대와 윤리 위반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그때마다 조직 문화와 관리 시스템의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대병원이라는 종교 기반 대형병원에서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해당 기관이 이전 사례들로부터 교훈을 얻고 예방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자신들은 다를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 속에 안주한 결과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책임 있는 기관 개혁과 투명한 사과를 촉구하며

신생아 학대 사건으로 드러난 가톨릭 병원의 민낯은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가장 먼저, 개인의 일탈”이라는 말로 책임을 피하려는 얕은 대응을 중단해야 한다. 환자의 생명을 맡은 의료기관이라면 잘못이 발생했을 때 조직 차원의 구조적 원인을 따져보고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다. 이번 일로 상처받은 피해 아기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공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신생아실을 포함한 병원 내 취약 지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직원들의 윤리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과 내부고발 시스템 강화 등 실질적인 감시 장치와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도 가톨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라도 병원 측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온전히 인정하고 뼈아픈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형식적인 사과문 발표나 개인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병원 문화와 관리 구조 전반에 대한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종교적 권위를 방패막이로 삼는 무책임을 거두고, 가장 약한 이를 최우선으로 돌보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가톨릭 의료기관에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사건이 환자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의료 윤리의 최후 보루는 결국 투명한 책임 규명과 조직 문화의 개선이라는 교훈을 남기길 바란다.

참혹한 신생아 학대 앞에서 더 이상 ‘개인 일탈’이라는 말로 빠져나갈 구석은 없다. 가톨릭대병원은 말뿐인 사과가 아닌 행동하는 변화로써, 자신들이 표방하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이다. 이번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 사회와 신생아의 부모들은 진정성 있는 책임 이행과 재발 방지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진정으로 성찰하고 쇄신하는 용기야말로, 종교적 이름을 가진 기관이 가져야 할 자세일 것이다.